싱가폴을 다녀오는 길에 스톱오버로 베이징에 이틀간 머물렀다. 그 전에 혼자 다녀온 적은 있었으나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였고 그 때에 보지 못했던 만리장성을 보고 베이징덕을 먹는 것이 베이징에서 해야할 것의 전부였다.
첫날 도착하면서부터 작은 문제가 있었다. 2013년부터 베이징에서 다른 나라로 출발하는 항공편이 있으면 최대 72시간의 트랜짓비자가 주어진다는 것만 믿고 스톱오버를 한 것이었는데 입국조차 못할 뻔 했었다.(싱가폴->베이징, 베이징->김포의 항공편이 있었으므로 항공편소지규정은 채운 셈이었다.) 내가 조사를 게을리한 것도 문제긴 했지만 미국을 무비자로 들어갈 때처럼 딱히 신청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었다.
싱가폴에서 티켓발권을 할 때에 직원이 친절했었다.(이름이 Sabrina... 인도계 여성이었다.) 항공편 체크인때에 베이징에서 어디서 머무르는지 현지연락처를 적어달라고 하더라, 미리 예약했던 호텔의 이름과 호텔연락처를 적어주었고 그대로 베이징으로 출발했다. 문제는 베이징입국시에 생겼다. 베이징수도공항에 입국해서 심사장으로 가면 72시간트랜짓비자 전용창구가 따로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오전 6시반)는 그 창구가 닫혀있었고 우리는 일반창구로 갔다가 우측의 특별창구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여권과 입국카드, 항공편바우처를 내미니 여직원이 하는 말이 다른 사람들 항공편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데 너희 가족여정이 나한테 없다.(plan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알아듣진 못했지만 8할은 이 내용이었다. 여직원 앞에는 표로 정리된 다른 사람들의 여정기록이 있긴 했다.) 너희가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 30시간 이후인데 지금 이대로는 너희한테 72시간트랜짓비자를 줄 수가 없다. 원래 규정대로 24시간밖에 못주니 안에서 기다려라... 이런 내용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왠 외국인 두명도 입국창구에서 앉아서 기다리는 걸 보아하니... 우리같은 처지였던 것 같다.
싱가폴에서 출발할 때에 우리 가족의 숙박지나 연락처를 받아가길래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문제가 터지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5분쯤 기다리고 있는데 그 여직원이 다시 우리를 부른다.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내일까지 경유가능하다는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책상을 얼핏살펴보니 우리 가족의 이름이 있었는데... 우리 가족의 여정이 조금 늦게 넘어왔나보다. 아무말없이 도장을 찍어주는데... 입국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다행이라 생각하고 별 말도 못하고 입국하는 수밖에 없었다. 중국내륙에는 세번을 왔었는데 항상 관광비자를 받아서 왔던지라 이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몰랐었고... 그래도 좋게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스로 받은 stay permit 도장... 저 도장이 그렇게나 기쁜 것이었다니...
사실 베이징은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한 순간부터 문제가 있긴 했었다. 우리 가족이 탄 항공편은 자정에 싱가폴을 출발하여 아침 6시에 베이징에 도착하는 에어차이나970편이었는데 활주로에 도착한 비행기가 게이트를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이 있었다. 안개가 너무 심해(우리 뒤로 오전비행기가 캔슬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긴 했다.) 활주로에 착륙한 비행기가 터미널의 게이트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덕분에 오전 6시 전에 활주로에 착륙한 비행기가 게이트를 나오니 8시였다.
우리가 도착한 날 오후의 베이징 시내의 모습, 안개가 낀 날에는 그냥 스모그라고 보면 되는 듯 싶다. 최대한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자제했다.
이번 베이징에서의 두가지 목표 중 하나였던 만리장성.
몇년 전에 왔을 때는 베이징 시내만 둘러보고 시외로 나가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만리장성을 내 눈으로 보고 오자고 했었다. 베이징에 오면 대부분은 팔달령으로 간다는데 우리는 무텐위(혹은 모존욕) 장성으로 왔다. 베이징 주위의 안개때문에 최대한 멀리 온 듯 싶은데 확실히 베이징시내보다는 안개가 덜했다. 저 위의 사진들은 약간의 편집을 거친 것이라 실제보다 선명하다.
날씨가 좋을 떄 왔다면 더 걸어서 멀리도 가봤겠지만(시간은 넉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