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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여행이야기를 이제야 쓰게 되네요. 겨울인데다가 내일로티켓 시즌도 아니라서 읽어 보실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지난 여행기를 정리하며 다음엔 어딜 놀러 갈까 고민 중에 쓰는 여행기입니다.(원포스팅날짜 : 2009년 12월 7일, 2010년 10월 18일 덧붙임)

    지난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내일로티켓을 가지고 여행했던 기록입니다. 내일로티켓을 쓸 수 있는 실질적인 마지막 주였고 2학기 개강과 직전까지 했던 전시회 자원봉사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여행을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여행에 있어서 완벽한 계획은 도움이라기보다는 '발목을 붙잡는 것' 중 하나라 생각하고 있기에 딱히 계획은 없었고 대충 열차시간표를 참고해서 만든 대략적인 계획만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꽤나 고생도 하고 짜증나는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준비물은 기본적으로 내일로티켓과 함께 칫솔과 샴푸를 비롯한 세면도구, 좀 많은 옷(숙소는 대부분 찜질방을 이용할 예정이었으므로 빨래를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일주일치 옷을 모두 집어넣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무식한 짓이었던거 같아요.), 운동화와 슬리퍼(더운 여름날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 슬리퍼만 신고다닐 수는 없었고 비오는 걸 대비해서 운동화 한켤레도 집어넣고), 카메라와 메모장, 볼펜, 충분히 많았던 돈(이상하게 시작할땐 충분히 여유로워서 여행 막바지에 돈이 남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이 끝나고보니 다 쓰고 왔던...), 휴대폰과 카메라배터리 충전기 등이었습니다. 40리터 가방이 가득차더군요. 이렇게 비슷한 경우에 배낭 무게를 재본 적이 있었는데 10킬로 약간 안되더군요. 뭐 어쨋든 여행을 막 시작하는 때에는 무게가 무거운지도 모르고 일단 출발했었죠.

    24일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첫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입니다. 청량리역에서 저녁 늦게 열차를 타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타게 될 일이 생길 줄은 몰랐었죠. 전날까지 전시회 자원봉사를 하고 밤새 짐싸고 정보를 모으느라 잠도 못 자고 출발했네요.

    여행 계획은 이랬었습니다. 일단 청량리역을 출발, 중앙선으로 제천, 충청지역을 구경하고 광주로 가서 담양의 소쇄원을 보고 전주~순천~부산으로 이어진 후에 경주, 강릉으로 가서 내일로 티켓이 끝나는 30일 밤에 강릉에서 청량리행 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로 티켓으로 뽕을 뽑는 무식한 계획이었죠. 사실 계획은 계획일뿐이니 일단은 떠나자!라는 생각에 제천행 열차를 탑니다.



    첫 목적지 제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밤에 밤을 새면서도 열차에서 자면 되겠다 싶었는데 들떠서 그런지 기차안에서 잠도 안오더군요. 그때 가지고 있던 gps수신기로 gps기록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 다시 컴퓨터를 살펴보니 gps로그 기록을 지웠나봅니다. 찾을 수가 없네요.

    제천을 갔던건 그 때 가이드 삼아 가지고 있던 책에 제천역 부근에 충주호반근처를 걷는 코스가 괜찮다고 소개 되어 있어서 그 근방을 걸어볼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무성의한 계획에 의한 여행이 그렇듯이 제대로 흘러갈 리가 없습니다. 단지 책 하나만을 믿고 아무런 정보도 얻어오지 않았기에 제천시내를 나가는 것부터 실패했고 더욱이 버스정류장엔 노선안내나 버스번호 안내조차 없어 제천역 부근 시내를 헤매다 포기하고 대전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여행 첫 날 오전, 제천에서의 삽질을 뒤로 하고 저녁을 사주겠다는 친척형을 만나기 위해 대전행 기차에 몸을 싫었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일정은 제천에서 오후 늦게 출발하여 저녁시간에 대전 도착 후, 저녁을 먹는 것이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친척형이 퇴근하기 전에 대전에 도착,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방황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대전은 대도시인지라 언제든 갈 수 있단 생각이 들었고 제천에서 대전으로 가는 중간에 일단 충주역에 내렸습니다. 충주역에 내려보니 조그마한 역입니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더군요. 여행하면서 알게된게 기차역 부근이 항상 시내중심은 아니더군요.


    충주역에서 내려 어딜 가볼까 지도를 보다가 탄금대로 정합니다. 다음 열차까지 2~3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딱 그 시간동안 다녀올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사진은 충주역에서 탄금대로 걸어가는 중, 길 옆에 피어 있던 해바라기입니다. 8월 마지막 주였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름이었습니다. 지금 저 사진을 보면서 따뜻했던 여름이 그리워지긴 하는데 사실 저 때는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구름 하나 없이 무척이나 더운 날에 10킬로 가까이 나가는 배낭을 메고 30분정도를 걸어가려니 완전 죽을 맛이었죠.
    탄금대는 정자 하나 있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잘 꾸며진 공원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러한 공원을 보는게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사진 몇 장 담고 다시 충주역으로 와서 대전행 기차를 탑니다.


    제천에서 삽질 후, 탄금대에서 잠깐의 체류? 후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은 대전역으로 기억됩니다.) 대전의 둔산동이었나 꽤나 번잡한 시내에서 친척형을 만나 비싼 카레도 얻어 먹었고 의도치 않게 여행경비도 충전받았습니다. 원래는 친척형은 저한테 좀 편한데서 자라고 준 돈이었는데 저야 뭐 찜질방도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아껴뒀다 나중에 여행경비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저녁과 커피까지 풀세트(?)로 얻어 먹은 뒤, 다음 날 일정도 있고 해서 대전역 근처로 찜질방을 찾으러 갔는데 아뿔싸, 대전역 부근에 찜질방이 없어졌다고 하더군요.(당연히 기차역 근처엔 찜질방이 있을 줄 알고 대전역 부근을 한시간 가까이 방황하다 피시방에 들어가서 알아낸 사실이었습니다. 에휴...)



    대전역 부근엔 찜질방도 없고 혼자서 여관이나 모텔에 가서 자기에는 돈도 아깝고 그냥 새벽 열차를 타고 광주로 이동하기로 결정합니다.

    사진은 새벽의 서대전역입니다. 사진에 보이시나요? 1시 58분에 도착하는 광주행 열차, 저걸 타고 광주로 갔습니다. 평일 새벽시간에 이상하게 역 대합실에 사람들이 많아 의아해 하던 차에 옆 자리에 앉으신 분께 물어보니 지리산으로 간다고 하시더군요. 많은 분들이 등산장비를 갖춘 것으로 보아 다들 지리산으로 가는 듯 했습니다. 순간, 지리산으로 갈까 고민도 했었는데 장비도 그렇고 그 때의 저질체력으론 무리일 듯 싶어 계획했던 데로 광주로 향했습니다.





    광주는 작년 비엔날레에 와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 다음부턴 수월했습니다. 미리 알아온 찜질방을 찾아 첫 날 밤을 해결 후 담양으로 발을 옮깁니다.

    광주에 도착한 건 담양으로 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건 소쇄원을 둘러보고 시간이 괜찮다 싶으면 대나무숲도 보고 떡갈비도 먹는 것이었는데 소쇄원과 유명한 대나무 숲이 정 반대의 방향이었고 소쇄원에서 그 쪽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결국엔 소쇄원만 보고 광주로 돌아오게 됩니다. 떡갈비도 못먹었는데 언제 시간이 되면 부모님을 꼬셔서 떡갈비 맛보러 가야지요.

    소쇄원은 고전 문학에서 가사로 유명한(고등학교때 배웠던게 생각나더군요.) 송강 정철 선생이 만든 전통 정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교토에서 일본식 전통정원 몇 군데를 둘러보고 와서 우리의 전통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제서야 우리의 전통 정원 중 한 곳인 소쇄원을 갈 기회가 생겼던 거죠. 소쇄원을 하나의 단어로 이야기 한다면 '여유' 이 단어 하나면 충분할겁니다. 숲 속에 한옥 몇 채, 정자, 졸졸 흐르는 시내까지... 그냥 모든게 외부의 시간과는 전혀 상관없이 느껴지더군요. 고요하고 시원하고 그냥 너무나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교토에서 보았던 일본의 정원이 상당히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에 비하면 이번에 갔던 소쇄원은 산 정상에 정자를 세워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었죠. 일본의 전통정원도 그 종류가 많지만 교토의 덴류지나 닌나지 등의 정원에서 느꼈던 건 자연을 담장 안에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소쇄원은 자연이라는 산 속에 집과 정원 몇 채 지어놓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실제로도 해설사분께서 이야기하시길 따로 심어놓고 가꾼 것도 있고 원래 있던 나무 그대로였던 것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기본적으로 세웠던 계획은 우리의 전통 건축물을 둘러 보는 것이었습니다. 교토에서 우리의 것들과 닮은 그네들의 전통건축물들을 보면서 우리의 것들은 무슨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주변의 몇몇 친구들도 그러하지만 저 역시 최근에 들어서 전통적인 것에 대한 매력에 빠져있습니다.

    특히 한옥이나 한복을 볼 때면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관심은 전통적인 것들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기존에 제가 알고 있고 익숙한 것들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지금 제 주위에서 보는 건물들을 비롯해 의복이라든지 또는 사고방식의 구조들이 서양의 것들과 흡사하고 혹은 그 것과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 것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전통적인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소쇄원은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길엔 대나무숲이 있고 그 길을 지나서 조금 올라가보면 한옥과 정자를 만날 수가 있는데 마루에 앉아보면 그 곳의 시계는 밖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소쇄원 안의 시간은 무척이나 느리게 느껴지더군요. 한옥의 기와지붕의 곡선이 가지는 느낌이나 양반의 느긋한 걸음걸이와 비슷했습니다.



    소쇄원과 주변을 조금 둘러보고 광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진은 전남도청입니다. 광주에서 전주한옥마을로 이동하는데 기차를 이용하면 익산에서 갈아타는 시간적 손해를 감수해야 했기에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로 향합니다.

    열차만을 이용해서 내일로티켓 뽕을 뽑으려 했지만 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전주는 내일로티켓으로 여행하는 분들이 많이 들르는 곳 중 하나입니다. 덕분에 전주역에선 사물함이 가득차도 사무실에 배낭을 맡겨둘 수 있어 편했습니다.(경주에서 편의점에 돈을 내고 맡겨둔 것에 비하면 전주는 정말 좋은 곳이었죠.) 또한 많은 분들이 오시니 여행정보를 얻기도 수월했습니다.



    전주에선 한옥마을을 좀 둘러보고 비빔밥을 먹을 계획이었습니다. 한옥마을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비빔밥은 괜찮더군요. 원체 싱겁게 먹는지라 조금 짜게 느껴진 걸 제외하곤 12,000원의 돈이 아깝진 않았습니다.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건 전통적인 한옥을 보는 것보다 한옥이 현대에 어떻게 변했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북촌에 비하면 전통적인 면이 좀 적다고 생각합니다. 벽돌등으로 변형된 집들이 많이 보였거든요. 또한 ‘마을’이라기보다는 관광지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한옥 안에 들어선 카페들도 많았고 거리 역시 깔끔하게 조성되어 현대적인 모습을 띄고 있었구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몇 백년 전의 집들을 보아한들 그 것이 몇 백년 전 모습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힘들겠지요. 여행하는 방법에 따라 전주의 한옥마을에 대한 느낌이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저 ‘둘러보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에 실망스러웠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전주한옥마을이 실망스럽다고는 얘기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옥 자체에 대해선 깊은 매력을 느껴가는 중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에서야 한옥의 아름다움을 조금 알았다고 할까요. 어릴적에 그토록 많은 곳을 놀러 다니면서도 몰랐던 건데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어릴적에 알았다면 좀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있었을텐데요.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넘어가고 한옥이 가지는 매력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여유’라고 하고 싶습니다. 한옥 기와지붕의 곡선을 보고 있으면 양반의 느긋한 걸음걸이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오래된 기와지붕을 보면 기와들의 색깔이 조금씩 다른게 무척이나 재밌어 보이구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제주도로 가서 전통한옥을 한 채 짓고 버섯농사를 하면서 지내는 게 제 소원 중 하나입니다. 실현이 될지 안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만요.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 식객에 전주비빔밥집이 몇군데 나오는데 그중에 검색을 통해 괜찮다 싶어 찾아간 성미당의 육회비빔밥입니다. 12,000원으로 학생인 저에겐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하더군요. 특히 뎁혀진 놋그릇에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먹는 비빔밥과 차이를 이야기하자면 뭔가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먹은 대부분의 음식들이 그랬듯이 저에겐 조금 짜게 느껴졌습니다만 원체 집에서 싱겁게 먹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그렇게 전주에서의 일정은 마무리가 됩니다. 전주역 부근의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는데 이상하게 잠을 못자겠더군요. 작년에 제주도에선 찜질방에서도 잘 잤었는데 이번 여행때는 이상하게 찜질방에서 잠을 잘 못잤습니다. 결국 찜질방에서 잠자는 걸 포기하고 전날과 마찬가지로 새벽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순천에선 시간이 좀 걸리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최대한 빠른 시간에 순천에 도착하는게 유리했었고 말이죠.

    생각보다 순천에 일찍 도착하니 할 게 없었습니다. 순천역 대합실은 새벽시간을 때우기엔 너무나 좁았고 역 앞의 피시방에서 역 업무시간이 시작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배낭을 맡기고 송광사로 향합니다. 순천에서 일정은 책에서 봤던 송광사~보리밥~선암사 였습니다. 송광사와 선암사는 조계산의 양쪽 끝에 있고 보리밥집은 그 가운데에 있는 그런 코스였습니다.



















    순천의 송광사, 절이 이렇게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법보사찰 중 하나라고 하던데, 그간 보아왔던 절이 조용하고 나긋한 느낌이었다면 송광사는 약간은 위압감을 줄 정도의 카리스마를 뿜고 있는 절이었습니다. 특히 대웅전의 구조는 무척이나 특이했습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대충은 아시겠지만 지붕이 두개가 겹쳐있는 듯한 어디서도 보지못한 특이한 구조의 기와지붕이었습니다. 또한 크기가 무척이나 컸구요.

    법보사찰인 송광사의 특성 상 외부인이 들어가볼 수 있는 구역이 상당히 좁습니다. 또한 공사가 진행중인 구역이 있어서 조금 둘러보고 나오는데 외국인 스님분께서 저에게 인사를 하시더군요. 절에서 스님에게 인사를 받아보긴 첨인데다 외국인 스님께서 인사를 하시니 당황해서 카메라를 양 손에 끼고 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또한 외국인 스님을 직접 보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송광사를 지나 조계산을 올라 반대 쪽의 선암사로 향합니다. 책에선 그렇게 힘들지 않은 코스라고 이야기를 하던데 하도 운동을 안하는 저인지라 조금은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아침도 안먹은 상태에서 산을 올라가려니 힘들더군요. 그래도 오랜만에 오는 산인지라 상쾌한 느낌은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을 꼽으라면 이 보리밥입니다. 조계산에서 송광사와 선암사 사이에 위치한 보리밥집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오래됐다고 하는 곳에서 먹었습니다. 이 때가 점심시간 전이라 밥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정말 매력적인 보리밥이었습니다. 전라도음식의 특징인지 아니면 원체 싱겁게 먹는데 입이 맞춰져 있어 그런지 이 곳 역시 조금 짜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보리밥에 채소류가 같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직접 재배한다고 알고 있습니다.(실제로 채소가 생긴게… 시장에서 파는 그럴듯한 것들과는 조금 다르더군요.)







    아침을 안먹고 운동을 한 뒤에 먹는 밥이라 그랬던건지 또는 산 속에서 여유롭게 먹는 밥이라 그랬던건지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가서 먹고픈 생각이 간절합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안될테고 내년에 봄이 되면 반드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보리밥을 먹고 숭늉도 얻어먹고 선암사로 향했습니다만 선암사 사진은 없네요. 송광사가 워낙에 멋있어서 선암사는 그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졌었거든요. 또한 이 곳에서 야생차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시간 때문에 마시질 못하고 다시 순천역으로 향해야만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산으로 가는게 그리 급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그리 서둘렀나 후회도 듭니다. 야생차를 마실 기회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닌데도 그 때는 왜그리 서둘렀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순천에서 부산으로 바로 넘어가기는 뭣해서 일단 진주성을 들렀습니다. 진주성이 유명하기도 하고 부산으로 일찍 가봐야 할 게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진주성은 한옥마을에 있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딱히 맘에 들지도 않고 약간은 실망스러운 그런 곳이었죠. 공원으로 잘 꾸며놓은 것을 제외하면 딱히 더 둘러볼 것도 없었기에 진주시내를 좀 걸어보다 마산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다음날은 부산을 갈 생각이었기에 일단은 진주에서 마산으로 시외버스를 이용하고 마산에서 기차로 부산으로 이동합니다.




    부산에 와선 그동안의 찜질방 생활을 청산하고 Actor&Tourist 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습니다. 그나마 찜질방에 비하면 제대로 된 숙소를 이용하니 무척이나 편했죠.

    혼자서 국내여행을 하다 보면 찜질방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 아쉽기만 합니다. 혼자서 모텔이나 여관을 가기에는 너무 비싸고 분위기도 애매하구요. 유스호스텔이 저처럼 개인여행자를 받아주면 좋겠는데 왠만한 유스호스텔은 수학여행 같은 단체프로그램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한 시내에선 유스호스텔을 찾는게 어렵기도 하구요.

    뭐 어찌됐던 간에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해운대 쪽으로 갑니다. 해운대쪽으로 간 이유는 갤러리와 Jenny Holzer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Jenny Holzer의 작품은 Podcast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 때 본 작품은 다수의 LED 전광판으로 이뤄진 것이었는데 LED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문장과 함께 그 현란한 시각적인 효과에 매료 되었죠. 또한 LED전광판으로 이뤄진 작품인데 전광판에 의한 시각적 효과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흘러나오는 text에 중점을 둬야 할지 모르는 참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Jenny Holzer의 작품이 있는 곳은 정확히 해운대가 아니라 광안리 해수욕장이었는데 이 곳에는 백남준씨의 작품과 예전 은행광고에도 나왔던 생명의 화분 등 몇 개의 작품이 같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있는 Jenny Holzer의 작품은 대형 프로젝터로 해수욕장의 바닥에 긴 문단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 때 날씨가 안좋아서 그랬던지 바닥에 보이는 글씨가 선명치 않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실망을 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위치한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는 신세계 센텀시티도 들렀습니다. 정말 크긴 크더군요. 그냥 구경만 하려고 갔었기에 잠깐 들어가서 보고는 다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백화점과 너무나 안친하기에…



    오랜만에 침대에서 잤기 때문인지 다음날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일어났습니다. 그 동안 찜질방이나 열차에서 긴 시간 잠을 못잤기에 무척이나 피곤했었죠.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챙겨 나와 경주로 가는 길에 대안공간:반디에 들렀습니다. 부산에 온 김에 유명한 반디에도 와보고 싶었고 대중목욕탕을 개조한 특이함에 갔는데 1층에선 그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의 전시가 있었고 2층은 회의룸 등으로 쓰는 공간이었습니다. 사실 2층은 잠겨있었는데 친절하신 직원분이 열어주셔서 들어가볼 수 있었습니다. 2층은 기존의 목욕탕 시설을 그대로 이용해서 세미나실 등으로 쓰는 것 같았는데 예전엔 탕으로 쓰이던 구조를 유리 탁자를 놓아 의자로 쓰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주에 도착해서는 약간의 실험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 실험은 제가 얼마나 컸는지 얼마나 더 배웠는지를 테스트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실험의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그저 어릴 때 방문했던 곳을 한번 더 가보는 것이었죠. 그래서 예전의 기억이 남아있던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불국사는 그냥 그랬던 생각이 들더군요. 워낙에 유명하기도 하고 이곳 저곳에서 불국사에 대한 걸 많이 봐았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 중입니다. 아름답긴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석가탑을 수리중이었는데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이 수리를 위해 설치한 구조물에 올라가서 석가탑의 윗부분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무척이나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렇게 공사중이 아니면 언제 석가탑의 윗부분을 볼 수 있었겠어요.

    불국사를 살펴보고 석굴암으로 올라갑니다.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아 얼마 기다리지 않고 석굴암으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석굴암 자체가 그렇게 크다고 생각안했었는데 이번에 봤을 땐 무척이나 크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사진촬영도 힘들고 유리벽으로 통째로 막아놓은 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불상 뒷면이나 굴 윗부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석굴암 불상은 여행중에 봤던 소쇄원이나 전주한옥마을, 송광사에서 볼 수 없었던 수려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옥에서 느껴지던 곡선과는 다른 정말 아름다운 곡선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왼쪽은 누구나 아시듯이 경주엑스포공원의 타워이고 오른쪽은 전국 어딜가든 보실 수 있는 백남준씨의 작품입니다. 경주엑스포공원의 타워가 만들어질 때 무척이나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맘에 들었고 실제로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불국사에서 경주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엑스포공원을 지나기에 들렀습니다. 공원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지만 타워는 무척이나 맘에 들었습니다. 아마 저 모양이 황룡사9층목탑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경주에서 이어지는 실험의 네번째 첨성대입니다. 이전에는 천마총이 있는 오대릉에 들렀었는데 사진은 없고 어차피 천마총 실제그림은 박물관에 있는 것을 알았기에 천마총은 딱히 기억에 남아있는게 없네요. 첨성대는 석굴암에서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어릴 적에는 상당히 크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막상 실제 가서보니 무척이나 작습니다. 또 어설프다는 느낌을 주는 건축물이었습니다. 석굴암의 불상은 그토록 아름답고 수려했는데 첨성대는 그와는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엑스포공원에서 나와 분황사 석탑을 보려했지만 시간이 늦는 바람에 밖에서 구경만 하다 경주역으로 돌아갔습니다. 경주역으로 돌아가 맡긴 배낭을 찾고 천마총 일대에서 쌈밥정식(그 근처 쌈밥정식이 유명하다 하더군요.)을 먹었습니다. 제가 식당을 잘못 골라간 것이었는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반찬이 열 몇가지가 나왔는데 실제 먹을만한 건 몇 개 안되더군요. 그렇게 맛없는 된장찌개는 처음이었고 계란찜은 먹기 힘들 정도로 식어있었고 생선구워 온 것도 맘에 안들었고 최악의 식사였던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저녁을 마치고 천마총이 있는 오대릉을 들렀다가 첨성대를 지나 안압지까지 왔습니다.

    대부분은 경주를 수학여행으로 다녀오신 기억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경주를 단체여행으로 와본 적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엔 IMF가 터져서 수학여행이 취소됐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때는 경주로 안오더군요? 덕분에 대부분이 가는 경주를 와본 것이 가족여행이 전부였습니다. 첨성대까지는 기억에 있었지만 안압지는 처음 오는 듯했습니다. 안압지의 야경이 이쁘다 하길래 일부러 저녁시간이후로 계획을 잡았는데 정말 잘 생각했다고 스스로 뿌듯해 했었습니다. 안압지의 모습이 몇 백년전 그대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70년대에 복원된 것이기는 하지만 안압지의 호수, 적절한 조명은 무척이나 매력이 넘치는 것들이었습니다.

    삼각대를 가져가지 않았던 지라 야경사진을 찍는데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관람로 주위에 설치된 말뚝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쭈그려 앉아서 찍을 수 밖에 없었던 무척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나온 사진입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잘 찍긴 찍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사진을 보면 ISO 1600의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여행의 다섯번째 날이 끝나고 경주보문단지 내의 찜질방에서 잠을 해결하고 여섯번째 날을 맞이합니다.

    경주에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경주에도 선재미술관이 있었습니다. 경복궁 옆에 있는 아트선재센터와 같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알고보니 서울보다 더 일찍 세워진 곳이었습니다. 다시 언제 올지 모르는 곳이기에 경주를 떠나기 전에 들렀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현대조각에 관한 전시를 진행중이더군요. 조각에 대해선 잘 모르기에 전시내용은 기억에 남아있질 않네요. 다만 전시공간 외에 구석진 곳에 책에서 봤던 의자 작품이 있었는데 그 때는 그 작품의 작가가 기억나질 않아 그 작품인지는 물어보질 못하고 그냥 왔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경주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거창 수승대로 가기 위해 대구로 갑니다.



    담양의 소쇄원을 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거창의 수승대를 가기 위해 일단 대구로 왔습니다. 동대구역에서 내린 뒤에 사물함에 배낭을 맡겨두고 대구서부터미널로 갔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 수승대로 가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네요.












    수승대를 오게 된 건 여행계획을 짜는 동안 티비에서 배병우씨의 작업을 소개하는 것을 봤는데 배병우씨가 이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게 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 배병우씨의 소나무시리즈가 좋아 하는데 그 작품의 작가가 작업한 공간에 오면 예술에 관한 공부에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수승대는 대구지역에서 유명한 관광지인가 봅니다. 제가 갔을 땐 꽤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일단 소나무가 즐비한 뒤쪽의 산을 올라가 보기로 했는데 아무생각없이 슬리퍼를 신고 다녔던지라 꽤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수승대 송림을 다 둘러보고 나서 배병우씨가 작업한 소나무사진의 이미지를 쫓아 사진도 찍어보곤 했습니다만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먼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작가가 작업한 공간으로 오면 작가가 왜 그 곳을 골랐는지 왜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수승대를 둘러본 결과 그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가와 작품의 관계를 파악하는건 애초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어려운 일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작품을 볼때는 관람자, 독자의 입장에서 작품이 나에게 무슨 사고를 하게 만드는지 어떠한 감정을 유발시키는지 등의 관점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지요. 아무튼 수승대 송림에서 제 나름대로 실험했던 것은 절반의 실패를 지니고 다음 목적지인 부석사로 이동하게 됩니다.

    거창에서 대구로 돌아오니 참 이상한 일이 펼쳐집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옷은 전부 반팔과 반바지, 얇은 긴바지 뿐이었는데 도무지 이걸로는 그 추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10킬로나 되는 배낭과 보조가방을 가지고 하루내내 걸어다닌게 5일정도 되니 몸이 피곤했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 추위를 강하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정말 춥게 느껴졌고 대구시내에서 겉옷으로 짚업 쟈켓을 구해 입고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 날과 그 다음날 마지막 날까지 그 짚업을 입고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지요. 아무튼 그렇게 일단 추위에 대한 대비는 마쳤고 동대구에서 영주역으로 이동해 새벽에 영주역에 도착합니다.

    영주역에 새벽에 도착해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려 하지만 잠이 제대로 안옵니다. 여행 첫날에는 들떠서 잠을 못잤고 그리고는 찜질방이 불편해 잠을 못잤고 그리고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잠을 못잡니다. 그렇게 찜질방의 컴퓨터로 시간을 보내다가 아침일찍 부석사로 올라가기 위해 영주버스터미널로 아침일찍 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부석사로 올라왔습니다. 누구나 다 아시겠지만 부석사 무량수전이 무척이나 유명하지요. 유홍준씨가 꼽은 아름다운 절 5군데 중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구요.

    부석사, 송광사와 선암사, 소쇄원, 불국사, 석굴  암, 첨성대, 전주한옥마을까지 전통적인 것들을 둘러보고자 생각했던 여행이었는데 절반정도는 성공한 느낌입니다. 물론 그 중엔 실망스러웠던 것도 있었고 정말 좋아하게 된 것도 있었죠.








    부석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사실 기억나는게 많지 않네요. 여행의 막바지에 들어서 무척이나 피곤했던 것도 있고 그 전날부터 추웠기에 제정신이 아니었었죠.

    무척이나 조용한 절로 느껴졌습니다. 조용하다는 것이 말그대로 조용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절 자체가 고요하고 소박한 느낌을 줍니다. 송광사의 대웅전은 웅장하고 위엄있는 모습이었는데(계속 송광사와 비교하게 되네요. 아마 그만큼 맘에 들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부석사는 전혀 반대의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단청없이 소박한 모습(크기는 소박하지 않습니다만…)의 대웅전의 영향덕분일겁니다.

    부석사를 내려오면서 먹은 사과, 여기서 여행 막바지에 완전히 꼬입니다. 부석사를 구경 후 소수서원에 들러 시간을 때울 생각이었는데 소수서원이 마침 촬영중이라고 못들어간다고 하는 겁니다. 거기서 한 두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러면 열차시간이 맞질 않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다시 영주역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여행의 끝입니다. 원래는 강릉으로 가서 내일로티켓으로 탈 수 있는 만큼 타자고 했지만 생각보다 여행이 너무 힘들었고 아버지가 김천까지 데리러 오신다고 하기에 그냥 아버지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뭐 지금 강릉을 가봐야 저녁 늦게 도착할 테니 다음날 오전에 청량리역에 도착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라 위안하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내일로티켓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 일주일동안 열차를 제한없이(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입석만 가능하지만) 탄다는 건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더군다나 전국여행을 한번에 끝낼 수도 있는 좋은 티켓이죠. 하지만 실제로 알아보면 열차로 하는 여행은 무리가 있는 점도 있습니다. 일단 전국에 열차가 다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주요 관광지는 기차역과 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일로티켓으로 여행하면 시내버스와 지하철 이용 외에는 경비가 전혀 안들어 갈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계획을 짜고 실제로 여행하다 보니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 같은 경우는 광주->전주, 진주->마산으로 이동하는 경우에 버스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광주에서 전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열차로 이동하려면 전주에서 익산을 이동 후에 다시 전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에 간단히 버스를 타고 이동했고 진주에서 마산으로 가는 경우는 열차시간표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내일로 티켓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사실 여행하면서 기분 나쁜 일도 있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그랬지만 지금은 내년 여름에도 내일로티켓을 구입해서 다시 한번 여행을 해볼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코스를 좀 바꿔 시계방향으로 돌아볼 생각입니다. 위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순천에서 진주로 넘어가면서 음식에 대해 무척 실망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전국을 여행하게 된다면 부산쪽에서 순천으로 넘어가 전라도지역에서 여행을 끝마칠 생각입니다.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어야 그 전에 먹었던 것들이 생각나지 않게 되겠죠.

    지금은 옷장 구석에서 잠들어있는 배낭을 꺼내 짐으로 가득 채워 여행을 가게 되는 날을 기다리며 이렇게 지난 여름의 이야기를 끝마칩니다. 어쩌다보니 일주일의 이야기를 포스트 하나에 몰아서 쓰게 됐네요. 여행기를 여행이 끝난 뒤에 바로 완성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늦게 여행기를 마무리하게 되다니... 사실 이제서야 여행이 모두 끝난 느낌입니다.^^

    이번 전국여행에서의 이동경로를 정리해봤습니다. 강원도는 못가본 셈이군요. 내년에 내일로티켓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아마도 이것과는 다른 모습이 나오겠지요.
















    2010년 10월 18일에 덧붙이는 글.

    작년 겨울인가 가을에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했던 글을 티스토리 블로그로 옮겨왔다. 그동안 귀찮아서 그냥 놔뒀는데 이번에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이 것도 같이 다시 정리하는 셈이다. 그러고보니 작년여름에 내일로티켓으로 여행을 하고 나서 올 해 역시 놀러갈 생각을 했었나보다. 물론 올해는 못갔다. 카메라를 샀고 시안과 뉴욕을 다녀오느라 전국여행은 생각지도 못했다. 또한 저 여행기를 작성한 뒤에 생각이 조금 바껴서... 힘들게 기차를 탈 바엔 그냥 돈 좀 더 쓰고... 편하게 버스타면서 여행을 하자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기에 올해는 내일로여행에 딱히 관심갖지 않았었다. 어찌 됐든 이렇게 정리하면서 보니 작년 내일로여행때의 기억과 감상, 분위기 등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짓고 있는 날 발견하고 있다.ㅎ




    Posted by 헝그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