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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파,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내륙 산간지대이다. 하노이에서 야간버스나 야간기차를 타고 도착하는 곳.(작년 고속도로 개통 이후에는 야간버스로도 편히 갈 수 있다. 야간기차를 타고 라오까이역에서 미니버스로 갈아탈 필요없이 바로 사파 빌리지 위에 내려준다.-버스마다 다르다고 한다. 라오까이역에서 내려주는 야간버스도 있는 듯)

    크게 별다를 곳 없다. 중국 원난성 국경과 마주하고 있는 산간지대일뿐.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시원한 곳, 심지어 겨울에 가끔 눈이 온다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눈구경하러 모여드는 곳이라고 하노이의 대학생이 이야기해 주었다.


    이번 사파 투어는 sapa chau라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모두 해결했다. 사파 지역민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여행사로 전해들었다. 박하마켓 투어는 일상적인 그룹투어여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sapa chau에서 부킹해준 호텔과 타핀빌리지 트레킹은 꽤나 괜찮았다.


    sapa chau 여행사 사무실 한켠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박하마켓에서 파는 것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 보였다. 지금 사진을 보니... 가방이라도 하나 사올걸 하는 후회가 든다.


    catcatview hotel, 사파의 호텔이 모여있는 골목의 끝자락에 위치한 터라 호텔에서 바라보는 뷰는 나쁘지 않았고 조식으로 나온 쌀국수도 꽤나 맛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파, 베트남, Motrr+iphone 5s by Sphere app - Spherical Image - RICOH THETA


    총 이틀의 일정 중에 첫날은 박하마켓으로 향했다.


    정말 산산산산산... 끝없이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와 양 옆으로는 산밖에 보이지 않는 풍경들...

    그런데 산도 예사롭지 않다. 사람이 올라갈 수 있을만한 경사의 비탈면에는 모두 논과 밭이 있었다. 기계는 커녕 소도 못올라갈 그런 경사에 빼곡히 들어찬 논과 밭... 나에게는 그 어느 풍경보다도 위대하게 느껴진 곳이었다.


    박하마켓은 사파지역 근처의 소수민족들이 모두 모이는 큰 시장이다. 각각의 민족들은 고유의 색을 가진 전통복을 입는데, 시장을 둘러다니다보면 이렇게 다양한 옷을 입은 민족들을 마주칠 수 있다.


    우시장도 열린다. 소도 팔고 닭도 팔고... 사진을 다시 정리해서 보니 이쪽 소들은 그래도 살이 좀 있다. 시엠립에 있던 물소들은 하나같이 삐쩍 말라서 살이 있는지 걱정될 정도였는데...

    아래 사진처럼 시장의 한복판에는 그 자리에서 고기를 썰어주고 판매하는 장도 있었다.


    박하마켓에서 파는 패브릭류. 형형색색의 실로 만들어놓은 모양새들이 매우 이색적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한다. 사파에서의 마지막날이기도 했고 타핀빌리지 트레킹이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 일찍 일어나 동네 한바퀴 돌면서... 오후에 진행할 트레킹 코스와는 반대방향으로 내려와 보았다.

    사파, 베트남, Motrr+iphone 5s by Sphere app - Spherical Image - RICOH THETA


    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보았지만 이 산골짜기 구석구석 모두가 논,밭이었다. 정말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타핀 빌리지 트레킹을 시작했다.

    태국 후아힌에서도 겪어봤지만... 가이드 한명과 나와 내 친구. 단 세명이서 하는 프라이빗 투어 트레킹이었다.(비수기라서 그런 듯 싶었다. 아니면 sapa chau 프로그램이 이런것일수도 있고...)

    후아힌에서 카약+트레킹 코스로 그룹투어를 갔을 때에도 나 외에는 모두 취소되는 덕분에 1:1 가이드 프라이빗투어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참 힘들다. 어설픈 영어 실력에 가이드와 계속 영어대화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이어진다. 그래도 하나하나 이야기하다보면 재밌는 소식도 많이 듣고 유익한 내용도 알게 되긴 하지만...


    베트남 사파, 타핀 빌리지 #theta360 - Spherical Image - RICOH THETA


    여행 직후에 글을 남겼어야 기억이 생생할 텐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저 사진에 나온 아줌마 세분이 블랙 흐멍족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블랙 흐멍, 플라워 흐멍 등등 많은 소수민족이 사는 곳인데 옷만 봐도 구분이 가능하다. 검정색 옷 -> 당연히 블랙 흐멍족...


    옥수수와 대마?담배? 였었나... 앞서 박하마켓으로 향할 때 도로 밖 풍경에도 놀랐었지만... 여기는 모두 논과 밭으로 가득하다.

    참 안타까운 것은 여기는 1년에 1번밖에 벼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한다. 아마 산간지대다 보니 온도가 낮아서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베트남 아래 평야 지역에서는 2,3모작을 할 텐데...

    벼농사가 물이 많이 필요로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강수량이 많아서 그리 걱정은 없다고 가이드가 전해주었다. 산에서 물이 내려온다고... 물이 내려와서 고이는 곳에는 벼농사를 하고, 산의 비탈면이나 작은 봉우리의 윗부분에는 물이 없어서 옥수수와 같은 다른 작물을 심는다고 한다.


    트레킹 중간에 들른 식사하는 공간, 다른 여행사의 트레킹프로그램은 모르겠으나 sapa chau 여행사의 트레킹에는 직접 만들어주는 사파 현지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다. 조금은 허름해 보이기는 하지만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음식사진은 없었지만... 우리네 음식과 제법 비슷한 반찬들이 나왔었고... 하노이에서 먹은 음식들만큼이나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형제. 아마도 형제였을 것이다. 저런 타이어 한개로도 즐거워 할 수 있는 곳이 아직도 있었다.


    타핀빌리지 트레킹 #theta360 - Spherical Image - RICOH THETA


    베트남 사파, 타핀 빌리지 트레킹 중에 #theta360 - Spherical Image - RICOH THETA


    트레킹은 그렇게 끝이 났다. 너무 좋은 날씨와 위대한 풍경들까지... 대체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나절이었다.


    이 곳이 내 여행의 종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작년이었다.(물론 그렇게 되어가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풍경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벼로 가득한 논과, 옥수수가득한 밭. 서울에서도 태국에서도 캄보디아에서도 그 어디서도 흔히 보이는 풍경들이니까... 그리 귀한 풍경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난 여기서 보낸 이틀동안 정말 많은 반성을 했다. 내가 여행다니면서 이렇게 반성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사파는 그러한 곳이었다.

    어쩌면 20대의 마지막 해가 지나가는 그 시간의 압박이 나를 더욱 감정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1600미터 고지위에 얹혀진 마을. 나는 당연히 나무로 가득찬 짙은 숲을 생각했다. 야생의 밀림이 가득한 곳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사파 빌리지에는 나무와 숲은 커녕...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벼, 옥수수, 배추 등으로 가득했다.


    사파의 풍경은 그러했다.

    사람들이 직접 시멘트를 부어가며 도로를 만들고, 일일이 돌을 골라내어가며 밭을 만드는 곳이었다.

    기계는 커녕 소도 못올라오는 그러한 비탈면에 논과 밭을 만들어 가는 곳이었다.

    얼마나 위대한 풍경인지... 그들의 삶이 스며들어 있는, 매우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우리네 삶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풍경이었다.

    산과 산으로 둘러쌓인 공간을 가득 메운 논과 밭. 그리고 사람들의 삶. 그저 둘러보기만 해도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스러울지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러한 곳에서도 우리네 삶은 이어져 왔고, 이어져 내려가고 있었다.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지, 다시 깨닫게 해주는 공간의 풍경이었다.


    평범한 풍경 속에 녹아있는 위대한 삶의 흔적들 - 그렇게 완성된 풍경 앞에서 나는 깨달았다.

    삶이라는 것이 이토록 위대한 것일진데, 나는 내 삶의 위대함을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인가?


    서울로 돌아와서 생각한다.

    삶의 위대함 앞에서 내 것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 가야겠다고, 그리고 내 삶의 위대함은 어디에 녹여낼 수 있을지를...


    가끔 생각한다. 삶이 무료하거나 지치거나 의미가 없어질 때에.

    사파의 그 풍경들을 다시 떠올리며 그 풍경을 잊지 않도록 가끔 사진첩을 뒤적여 본다.

    Posted by 헝그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