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부두르 사원, 족자카르타 / 인도네시아 자바.
이 곳에 다녀온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최고의 유적으로 남아 있는 곳. 보로부두르 사원.(매번 말할 때마다 헷갈린다. 보로부두루? 보도부두루? 보도부루루? 발음이 어렵다.)
A.D 8세기 경에 건립되었다는 불교 사원이다. 매우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만다라 그림의 모양처럼 사각형의 층이 올라갈수록 피라미드처럼 좁아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수많은 돌탑으로이루어져 있다.
태국 방콕에 있는 로하 쁘라삿(왓 랏차낫다 사원에 있는 철의 신전/사원이라고 불리우는 곳)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각각의 층에는 외곽에 복도가 구성되어 있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부조는 당연히 불교에 관한 것. 부처의 일대기에 관한 것이라고도 한다.
상당히 큰 규모의 유적이기에 각각의 층 외곽에 있는 복도의 공간 역시 널찍하다.
조용히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유적이 아니었을까...?
각 층의 복도를 한바퀴 둘러보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 한바퀴 둘러보고...
여유롭게 걸어다니며 사원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수기(1월)에 도착한 터라 사람도 많지 않았고 보로부두르 사원을 이루고 있는 돌의 차분한 색이 조용한 기분을 부르기도 하였다.
방콕에 여러 사원을 방문했을 때 로하 쁘라삿 역시 내 마음에 드는 곳 중 하나였는데 아무래도 잡스러운 생각없이 사원 안에서 조용히 걸어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의 절이 산에 위치한 것이 역사적인 원인과 결과에 따른 것이지만 그렇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가끔 생각해본다.
나는 우리의 절이 산 속에 있는 건물 몇 개가 모인 공간이 아닌, 절을 방문하기 위해 산으로 걸어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잡스런 생각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걸어가고 있는 나 하나만이 남은 고요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그 시간 속에서 나를 맞이하고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찰라가 온다.
더군다나 그 공간이 경건한 종교적인 공간이라면 그 사색이 더한 의미로 빛나는 듯이 느껴진다.
어느 종교든지, 각 종교를 나타내는 건축물은 그 종교가 주는 다양한 의미로 가득차 있다. 잠깐의 시간을 들여 멈춰서 공간의 분위기를 느껴본다면 종교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종교가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 사색과 느낌이 삶의 방향에 긍적적인 도움이 되려면 나의 삶이 담당해야 할 몫이겠지만...
보로부두르 사원 근처에는 쁘람바난 사원이라는 유명한 힌두사원이 더 있다. 지금은 힌두교 사원에도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2년전에는 힌두교사원이라면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아 보로부두르 사원만 둘러보고 족자카르타 시내로 돌아왔다.(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저때는 인도네시아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먼 곳임을...)
참 재밌는 곳이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있는 거대한 불교사원 - 보로부두르 사원과, 불교국가 캄보디아에 있는 거대한 힌두사원 앙코르 유적.
보로부두르 사원이 세워질 당시에 인도네시아에는 거대한 왕국이 있었고 이 왕국에서 넘어와 생긴 것이 캄보디아에 있던 앙코르 왕국이다. 앙코르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 지금의 앙코르 유적.
하지만 앙코르 유적은 옆 태국의 시암 왕국의 침공으로 몰락했고 지금의 폐허가 되었다.
태국 방콕에서 차로 두어시간 거리에 있는 아유타야가 그 시암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이 곳 역시 약 2,3세기 전 버마의 침공에 의해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다.
우리는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덕분에 온전한? 역사가 유지되었지만... 대륙의 역사들을 보면 이나라 저나라 모두가 섞여 있는 스펙타클한 역사가 읽혀진다.
2년전에 여행하면서 들렸던 아유타야와 보로부두르 사원 사이의 시간의 공백을 올해 시엠립 방문을 통해 메꿀 수 있었다. 이제 남은 목적지는 미얀마 바간인가 보다.